어리석고 천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것이 아주 사소한 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매사를 깊이 사고하려는 현명한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야말로 자신의 사고와 상상력을 깊고 풍부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개인이나 사회인으로 생활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이 여행을 비롯한 여러 여행기를 세상에 내보내는 이유다.
어렸을 때 동화로만 접했던 작품이었는데, 성인이 되어 다시 읽어 보니 생각보다 훨씬 충격적인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읽어도 불편하게 느껴지는 내용이 많은데, 당시의 사람들은 얼마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을지 궁금해졌다. 작가가 출판을 망설였던 이유도 납득이 됐다.
나의 조그마한 친구 그릴드릭, 그대는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주 놀랄 만한 찬사를 했습니다. 그대는 의원의 자격을 갖추는 데 있어 무지와 태만, 부도덕이 적절한 요소라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대의 나라에서는 온통 법을 악용하고 왜곡하며 회피하는 일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자들이 있으며, 이들에 의해 법이 가장 잘 설명되거나 해석되고 있으며 적용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잘 알려 주었습니다.
만들었을 당시에는 아주 좋았을 제도들이 그대의 나라에서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부패되어 완전히 희미해지거나 제멋대로 변모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대의 말을 들으면서 알게 된 것인데, 어떤 지위에 오르는 데 가장 합당한 이가 그 지위를 갖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덕망으로 귀족이 되거나, 사제들이 학식으로 승진하는 것 같지도 않으며, 용기 있는 행동으로 군인이 된다거나, 정직하기 때문에 재판관이 영달을 하고, 국가를 사랑한다고 국회의원에 선출되거나, 지혜가 있다고 해서 국왕의 고문들이 총애를 받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삶의 많은 부분을 여행하는 일에 바친 그대는, 그대의 조국이 저지른 많은 악덕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고 나는 믿고 싶습니다.
그대의 이야기와 내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을 종합해 보았을 때, 그대의 민족 대부분이 세상의 표면에 기어 다니게 된 생물 중 가장 유해하고 밉살스러우며, 작은 벌레들의 모임인 것으로 나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작품속에서 인간과 사회를 너무 신랄하게 비판한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되는 내용도 많았다.
사회 모순적인 부분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내용들이 일종의 계몽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주인은 야후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종족을 다른 동물보다도 더욱 미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야후들의 모습이 아주 역겹게 생겼기 때문이다. 야후들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야후의 모습이 보기 싫어서 서로 다툰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우리가 몸을 감싸는 것이 아주 현명한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서로에게 기형적인 모습을 감출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보다 이렇게 글로 정리하며 다시 내용을 되짚어 보니 작품의 메시지가 더 직설적으로 느껴졌다. 책에서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한계를 비판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불완전함 때문에 서로를 배려하고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해 왔기 때문에, 우리 사회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영국에서 살고 있는 야후들의 악덕에 가득한 사회를,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희망을 가지고 나는 이 여행기를 쓰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부도덕함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날 생각조차 하지 않기를 이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